EOS에서 볼타(Vaulta)까지: 40억 달러의 꿈, 커뮤니티 쿠데타, 그리고 남겨진 홀더들
EOS는 사상 최대인 41억 달러의 투자금을 모으며 이더리움 킬러를 자처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프로젝트는 볼타로 이름을 바꾸었고 창립자는 떠났습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1. 크립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모금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블록원(Block.one)이라는 회사는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긴 1년간의 ICO(가상자산공개)를 진행했습니다. 최종 모금액은 무려 41억 달러(약 4조 5천억 원). 웬만한 나스닥 대형 테크 기업의 IPO 규모를 뛰어넘는 금액을, 메인넷 코드 한 줄 배포하기 전에 모았습니다.
청사진은 매혹적이었습니다. 수수료 없는 초고속 블록체인, 이더리움을 뛰어넘을 차세대 운영체제. 이미 두 개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댄 라리머(Dan Larimer, 커뮤니티명 'BM')가 설계를 맡았습니다. 메인넷이 출시되기도 전인 2018년 4월, EOS 가격은 22달러(약 2만 5천 원)를 돌파하며 기대감만으로 글로벌 시총 5위에 올랐습니다.
2. 서서히 드러난 균열과 실망
2018년 6월 메인넷이 출범했지만 곧바로 균열이 나타났습니다. 수천 개의 독립 노드 대신 단 21개의 대표 블록 프로듀서(BP)에게 권력이 집중되었고, 대형 BP들이 서로에게 표를 몰아주는 담합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2019년 미국 SEC는 블록원에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2,4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41억 달러를 모은 회사에겐 푼돈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핵심 인사들이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1월, 핵심 개발자 댄 라리머가 돌연 사임했습니다. 블록원은 암호화폐 거래소 불리시(Bullish) 설립과 자사주 매입에 집중하며 정작 EOS 네트워크 개발을 방치했습니다. 22달러였던 토큰 가격은 95% 이상 폭락했고, 커뮤니티는 분노했습니다: "블록원이 돈만 챙기고 프로젝트를 버렸다."
3. 커뮤니티의 반란: 창립자를 해고하다
창립자가 떠나면 대부분의 코인은 조용히 사라집니다. 하지만 EOS 커뮤니티는 반란을 선택했습니다.
2021년 말, 커뮤니티 리더 이브 라 로즈(Yves La Rose)를 중심으로 뭉친 BP들은 블록원에 지급될 예정이던 6,700만 개의 EOS 토큰 베스팅 지급을 동결하는 역사적 투표를 가결했습니다. 자신들을 만든 창립 기업을 커뮤니티가 투표로 '해고'한 것입니다. 2022년에는 개발 코드를 '안텔로프(Antelope)'로 포크하여 독자 개발을 선언했습니다.
탈중앙화 커뮤니티가 투자금을 댄 모기업에 쿠데타를 일으켜 승리한 블록체인 사상 최초의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무너진 생태계와 떠나버린 개발자들을 되돌리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있었습니다.
4. '볼타(Vaulta)'로의 간판 교체와 또 다른 이별
2025년, 2017년 ICO 실패의 낙인이 찍힌 EOS 브랜드를 버리고 전면적인 리브랜딩이 단행되었습니다. 새 이름은 '볼타(Vaulta, 토큰 심볼 A)'.
스마트 컨트랙트 플랫폼에서 탈중앙화 뱅킹 및 고성능 자산 볼트 인프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는 이미 8년 동안 탄탄한 생태계를 구축한 수많은 신흥 레이어 1/2 플랫폼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6년 초, 커뮤니티 쿠데타를 이끌고 볼타 리브랜딩을 지휘했던 이브 라 로즈마저 재단 CEO직에서 사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5. 끝까지 남겨진 홀더들의 이야기
오늘날 볼타의 가격은 과거 EOS 최고점의 극히 일부에 머물러 있습니다. 2018년의 41억 달러 모금은 테크 역사상 가장 거대한 자본 낭비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레그램, 디스코드, 레딧에는 여전히 매일 아침 안부를 묻는 장기 홀더들이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는 2018년에 15달러에 샀고, 누군가는 3달러, 1달러, 0.6달러에 물을 탔습니다. 그들은 댄 라리머의 퇴장, SEC 합의, 블록원과의 결별, 안텔로프 하드포크, 볼타 리브랜딩, 그리고 이브 라 로즈의 사임까지 모두 목격했습니다.
이들에게 볼타는 단순한 잔고 숫자가 아닙니다. 8년 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희망과 분노, 끈질긴 인내의 기록입니다. 40억 달러를 모으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끝까지 함께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전부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역사의 산증인들입니다.